나는 음악에 대해선 정말 저주받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유치원 그 이전부터 나는 단 한번도 악기를 제대로 연주해본적이 없을 뿐더러

노래또한 절망적인 가창력을 자랑한다.

이런 쓰레기같은 음치박치 저주 덕분에 나는 학교 음악 수업이 정말 싫었다.

안그래도 못부르는데 이걸 애들 사이에서 하라니 찐따로써 정말 무섭고 부끄러운 일들 뿐이였다.

 

즉, "악기 연주"는 나에게 학대와 고문에 가까운 수준의 행동이였다. 

연주와 반대로 음악 청취는 정말 좋아한다. 유로비트부터 재즈와 클래식 땡기면 하드바스와 EDM까지 정말 안듣는 장르가 없다. 내 고교생활 절반은 음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을 들을수록 악기 연주를 잘하고 싶었지만 재능이 음수에 가까운 무언가를 하기엔 너무 싫었다. 애초에 악기연주에 대해 좋았던 기억이 없기도 했었고.

 

그러다 고3때 아빠가 사두고 한번도 안쓴, 어릴때부터 쭉 집 구석에 쳐박혀있던 기타를 다시 찾았다.

(그때 무슨 생각으로 꺼냈는진 모르겠다)

줄을 새로사고 간다음 기타 구석구석을 닦은 다음 치기 시작했다. 그냥 쳤다.

기타를 만질수록 이걸 더 잘쳐보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부터 대략 일주일동안 기타를 하루 1시간정도는 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고3이라는 크리티컬한 시기 덕분에 금방 놓아버리고 대입에 집중했다.

이후 대학에 온 다음엔 한번도 만진 적이 없다. 그러다 최근 내 방 구석에 있는 기타를 다시 쳐보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핸드폰을 정리하던 중 기타 연습 어플을 찾았기 때문이다.

 

무저항적으로 나는 기타를 튜닝하고 어플의 내용대로 하나하나 따라했다.

이렇게 또 4일간 하루에 1시간은 기타를 치고있다.

빈약한 악력과 고사리 같은 손 그리고 끔찍한 음정감각 덕분에 기타를 치면 칠수록 처참한 기분도 들지만

정말 조금씩, 로딩바처럼 야금야금 성장하는 내 모습과 예시를 하나하나 따라하는건 게임과는 다른 재미가 든다.

 

만일 내가 고대농경사회에 태어나 기우제를 지냈더라면 분명 비가 안오는 것이 내 박자 탓이라고 산제물이 되었을 것이다.

주술이 사라진 현대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며 아픈 손가락과 저릿한 손목을 부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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