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커뮤니티 등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 게임이랑 저 게임중에 플레이 타임 뭐가 더 긺?" 이란 제목의 글들이 자주있다.

대부분 플레이타임이 길어질수록 그 게임의 가성비가 좋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레이 타임이 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물론 2시간짜리 게임과 30시간짜리 게임은 게임에 담을수있는 양 자체가 틀렸기 때문에

플레이 타임이 길수록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밀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원래도 생각했었지만 [마블 스파이더맨 리마스터]를 하면서 다시끔 느끼게 되었다.

사람이란 아무리 재밌는걸 접해도 그것이 계속되면 무뎌질 수 밖에 없다.

현실 같은 뉴욕을 웹스윙하며 빌딩숲 사이를 처음 지나다닐땐 정말 재밌었다. 

게임에 있어서 "이동"이란 부분의 재미를 극대화 시킨것만 같았다.

그러나 본편의 엔딩을 보자마자 게임을 더이상 하기 싫어졌다.

이유는 단순하게도 게임이 지루해졌다는 것이다.

 

"폐지 줍는 게임"이라는 말이 있다.

별다른 자극 없이 게임 내 정해진 목표만 따라다니며 "파밍"이 중심이 되는 게임들이 있다.

물론 워프레임이라던가 디아블로 같은 게임들을 일컫는 말이지만 그 중엔 스파이더맨과 GTA 또한 포함된다 생각한다.

 

명령을 받고 움직이며 맵 곳곳에 귀찮도록 퍼져있는 수집요소들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반복 밖에 없는 전투와 퀘스트

초반엔 분명 흥미로운 요소들이였지만 후반으로 갈수룩 게임을 처지게 하며 슬슬 내가 이걸 왜 하고있지?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이래서 내가 메이플 스토리를 안한다.)

 

이러한 폐지에 가까운 수집요소들은 게임사에서 "플레이타임"을 뻥튀기 시킬때 사용하는 흔한 수법이다.

플레이어를 사로잡는 질리지 않는 게임이란건 존재할 수 없다.(멀티플레이가 메인인 게임 제외)

이러한 수집요소들은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다. 이런건 팬서비스로만 살아있어야지 게임의 주축이 되버리면 안된다. 지겨운 범죄토큰과 개빡치는 전투 챌린지는 진짜 찢어버리고 싶었다 특히 스크류볼 이 십새끼는 이거 기획한놈을 해고시켜야한다 이래서 인방충이랑 상종하면 안된다 진짜

 

2099스파이더맨 슈트를 얻기위해(하필 그때 스파이더맨: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봐버렸다) 모든 배낭과 챌린지를 깼는데도 열리지 않아 다시보니 랜덤 인카운트로 발동되는 범죄현장도 5번씩이나 잡아야한다는 것을 알았을땐 허탈했다.(그래도 그 슈트는 얻긴 했다.)

 

하지만 이 게임을 "수집요소" 하나로 까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게임이다.

수집요소 하나하나 복붙 투성이였고 사이드퀘스트들은 단조로웠지만 (어차피 수집요소는 "안해도 그만"이였다. 누칼협?)

그래도 게임 자체에 있는 "스파이더맨"의 매력은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그런지 스파이더맨 주변인물을 조종해야하는 파트들은 진짜 싫었다.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텐데 이럴거면 블랙캣을 플레이할수 있게 해주던가!! 

 

이 게임에 있어 밀도가 있냐? 라고 묻는다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밀도는 마치 앙금과도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특정 영역을 넘어가면 한없이 맑아지는 게임이다.

반대로 밀도가 꽉차있었던 게임은 [메트로이드 드레드]라고 생각한다.

9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플레이어를 꽉 움켜쥐고 계속 새로운 충격을 선사하는 

"밀도가 높은 게임"의 대명사에 가까울 정도다. 정말 플레이 내내 질리지가 않던 게임이였다.

 

게임에 있어서 밀도란 그 게임에 있는 깊이와도 같다. 

게임의 밀도가 높아지고 깊이가 깊어질수록

게임 그 자체의 매력, 플레이어가 목표를 생각하지 않고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는 이유가 된다.

흔히 말하는 "잘만든 게임"에 속하는 게임인 하프라이프,마리오64,무쥬라의 가면을 생각하면

고전임에도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그 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플레이를 멈추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것이 게임의 기본기고 밀도가 된다.

 

그렇기에 엔딩 이후의 컨텐츠를 더 좋게 할 수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미련을 가지게한다.

귀찮은 수집요소와 사이드퀘스트들 말곤 아무것도 없다는건 좀 그렇다.

재미없던 보스전들을 겪으며 디엘씨 보스는 좀 다를거라 기대했지만

이런, 본편 보스만큼 재미없었다.

 

보스보다는 재밌는 잡졸 전투도 웹 봄>충격파 콤보로 한번에 정리 가능하고 개틀링을 든 적은 일렉트릭웹으로 대충 패면 금방 잡는다.

웹슈터 하나 들고 요리조리 피해가며 싸우는게 제일 재밌어서 난 특수무장 거의 안쓰면서 게임했다.

유저 스스로 모래주머니를 차야 재밌어진다니 모순적이다.

 

[마블 스파이더맨 리마스터]는 분명 잘 만든 게임이다.

스파이더맨만이 가능한 액션들을 완벽에 가깝도록 구현해냈으며

생생하게 살아숨쉬는 뉴욕에서 활강하는 것은 어떤 게임에서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영화와 코믹스와는 다른 독자적인 스토리도 마음에 들었다. (이 유니버스엔 디즈니가 없어서 다행이다.)

다만 오토박사님이 너무 추하게 나왔다.

문어 애호가로써 이부분은 좀 슬프다.

 

 

개인적인 총점은

7.3/10점이다.

솔직히 할말이 없다. 개재밌는데 엔딩이후 내가 했던 삽질들을 생각하면 앞에서 한 좋은 경험들이 기억이 안난다.

메인스토리만 두고보면 그럴싸한 수작이지만 엑스트라까지 포함해서 보았을땐 흠... 그정돈가? 싶다. 아쉬운 게임이다

 

 

곧 2탄도 나오고(pc엔 언제 풀릴지는 미지수지만) 외전도 아직 안깼으니까 내가 했던 불평들은 곧 해소될 것 같다.

소니 병신들이 제발 개발에 관여 안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는 체이스 파트 때문에 슬슬 빡쳐가는 저지아이즈를 마저 하러 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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